축배 뒤에 숨은 조항들, 창업자가 놓치기 쉬운 3가지 리스크
2025년 12월 1일
Written by. Lawkit 기업자문본부 김용범 변호사
투자 유치가 확정되었다는 소식. 창업자에게 이보다 달콤한 뉴스가 있을까요? 지난한 IR 과정을 거쳐 드디어 우리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안도감, 그리고 통장에 들어올 자금으로 그려나갈 미래. 그 벅찬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하지만 변호사인 저는, 그 축배의 순간에 '찬물을 끼얹는 역할'을 자처하곤 합니다. 대표님의 책상 위에 놓인 두툼한 서류 뭉치, ‘신주인수계약서’ 때문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투자는 결혼과 참 많이 닮았습니다. 가장 뜨거운 순간에, 가장 차가운 약속을 해야 하니까요. 결혼식장 앞에서 이혼 합의서를 쓰는 사람은 없지만, 투자 계약서 앞에서는 반드시 '헤어질 때'를 생각해야 합니다.
심사역은 웃으며 말합니다. "저희 표준 계약서라 크게 수정할 건 없으실 거예요." 하지만 그 '표준'이 누구를 위한 표준인지 한 번쯤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은 훗날 '우리가 이럴 줄 몰랐지'라며 후회하지 않기 위해, 도장 찍기 전 반드시 짚어야 할 3가지 순간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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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돈을 갚으라니요?" (상환권의 오해)
상황: "변호사님, 투자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원금을 돌려달라고 합니다. 회사가 적자인데 빚을 내서라도 갚아야 하나요?" 많은 대표님들이 투자를 '지원금'처럼 생각하지만, 계약서상 투자는 엄연히 '빚'의 성격을 가질 수 있습니다.
법률적 관점: 대부분의 스타트업 투자는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이루어집니다. 여기서 '상환(Redeemable)'은 투자자가 원금+이자를 돌려달라고 요구할 권리입니다. 문제는 '상환의 재원'입니다.
[변호사's Deep Dive 📝]
• 상법의 원칙: 우리 상법은 상환주식의 상환 재원을 '배당가능이익'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즉, 회사가 이익이 났을 때만 갚는 것이 원칙입니다.
• 함정: 하지만 계약서 특약으로 "이익잉여금 유무와 관계없이 상환한다"거나, 상환 불이행 시 "연 20%의 지연이자" 혹은 "경영권 박탈" 조항을 넣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투자가 아니라 고금리 사채가 되어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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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회사를 300억에 팔았는데 빈손입니다" (청산우선권의 비극)
상황: 성공적으로 회사를 매각(Exit)했는데, 정산하고 나니 창업자 몫이 '0원'인 경우입니다. "변호사님, 제가 5년을 바쳐 키운 회사인데 이게 말이 됩니까?"
법률적 관점: 범인은 '청산우선권(Liquidation Preference)' 조항에 숨어 있는 '참가적(Participating)'이라는 단어입니다. 투자자가 원금을 먼저 챙기고, 남은 돈에서 지분율대로 또(Double-dipping) 가져가겠다는 뜻입니다.
[변호사's Deep Dive 📝]
• 비참가적(Non-participating): 투자자가 "원금만 받기" vs "주식으로 바꿔서 지분만큼 받기"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창업자에게 유리)
• 참가적(Participating): 투자자가 우선권으로 원금을 챙기고 + 남은 돈에도 지분율로 참여합니다.
• 실무 Tip: 참가적 조항을 피할 수 없다면, "최대 2배수까지만(Cap)"이라는 상한선이라도 반드시 설정해야 방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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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원치 않는 이별" (동반매도청구권)
상황: "아직 회사를 더 키우고 싶은데, 투자자가 억지로 회사를 팔려고 합니다. 제 지분까지 내놓으라네요."
법률적 관점: '동반매도청구권(Drag-along)'입니다. 투자자가 자신의 지분을 제3자에게 팔 때, 대주주(창업자)의 지분도 같은 조건으로 팔라고 강제하는 권리입니다. 소수 지분인 투자자가 엑시트하기 위해 대주주를 '끌고 나가는' 것이죠.
[변호사's Deep Dive 📝]
• 위험성: 투자자가 펀드 만기 등의 이유로 실적을 위해 회사를 '헐값'에 넘길 때, 대표님도 반강제로 지분을 헐값에 팔고 쫓겨날 수 있습니다.
• 솔루션: 반드시 "최소 매각 금액(Minimum Valuation)"을 설정해야 합니다. "적어도 기업가치 OOO억 원 이상일 때만 발동한다"는 하한선이 대표님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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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솔루션: 창업자를 위한 '투자계약 체크리스트'
이 복잡한 조항들, 15분의 전화 상담이나 기계적인 검토로는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도장을 찍기 전, 이 3가지만이라도 형광펜을 칠해가며 확인하세요.
[변호사의 필수 체크리스트 📌] 이것만 확인해도 '빈손 엑시트'는 막습니다
• ☐ 상환권 발동 조건: 상환 재원이 '배당가능이익' 이내로 한정되어 있는가? (적자 시 상환 의무 X)
• ☐ 청산우선권 유형: '비참가적'인가? 만약 '참가적'이라면 상한선(Cap)이 있는가?
• ☐ 드래그얼롱 방어: '최소 매각 기업가치' 하한선이 명시되어 있는가?
• ☐ 경영 간섭 방지: '사전 동의권'의 범위가 구체적인가? (포괄적 동의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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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을 마치며
계약서는 투자자를 의심해서 쓰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건강한 파트너십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서로의 기대치를 명확한 언어로 정리하는 과정입니다.
비용을 아끼는 것은 스타트업의 미덕입니다. 하지만 '아껴야 할 비용'과 '투자해야 할 비용'을 구분하는 것은 대표님의 능력입니다. 회사의 지분(Equity)을 나누고 경영권이 오가는 중대사입니다. '최저가'나 '관행'에 회사의 운명을 맡기기보다, '제대로 된 전문가'와 함께 첫 단추를 안전하게 끼우시길 바랍니다.
도장을 찍기 전, 잠시만 멈추십시오. 그 짧은 머뭇거림이, 대표님의 10년을 지켜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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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고지) ※ 본 게시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개인이나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Legal Advice)이 아님을 밝힙니다.

Lucas
법무법인 오킴스에서 기업자문 전반 및 등기업무 등 실무 사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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