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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허가는 면죄부가 아니다 — 인보사 첫 승소 판결이 남긴 세 가지 질문

국내 1호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성분 착오를 둘러싼 손해배상 소송에서, 환자 139명이 7년 만에 첫 승소를 받아냈습니다. "그때 기술로는 알 수 없었다"는 제조사의 항변은 법정에서 무너졌습니다. 규제기관의 허가는 안전의 종착점이 아니며, 내부에서 포착한 이상 신호를 스스로 규명할 책임은 허가 이후에도 제조사에 남는다는 것. 이 판결이 던진 메시지입니다. 진료실과 법정을 함께 겪어온 시선에서, 제약·바이오 기업과 의료기관이 지금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짚어봅니다.

김용범 변호사
김용범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의 대표변호사로 기업법무 및 기업금융, 기업지배구조, 기업인수합병(M&A), 스타트업, 제약∙바이오 기술 라이센싱 계약, 의료분쟁, 의약품 및 의료기기 제조물책임 소송, 국민건강보험법 전문가입니다.2026년 7월 10일 · 조회수 56

국내 1호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성분 착오를 둘러싼 손해배상 소송에서, 환자 139명이 7년 만에 첫 승소를 받아냈습니다. "그때 기술로는 알 수 없었다"는 제조사의 항변은 법정에서 무너졌습니다. 규제기관의 허가는 안전의 종착점이 아니며, 내부에서 포착한 이상 신호를 스스로 규명할 책임은 허가 이후에도 제조사에 남는다는 것. 이 판결이 던진 메시지입니다. 진료실과 법정을 함께 겪어온 시선에서, 제약·바이오 기업과 의료기관이 지금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짚어봅니다.

 written by. 김용범 변호사 (법무법인 오킴스 대표변호사·치과의사)

7년, 그리고 첫 결론

2026년 7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9민사부는 인보사 투여 환자 139명이 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티슈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전부 승소를 선고했습니다(2019가합560601). 2019년 8월 제소 이후 약 7년 만입니다. 인보사 소송 참여 환자는 900명, 위임 시기별로 나뉜 세 건 중 이번이 첫 선고입니다. 나머지 두 건은 계속 심리 중입니다.

이 판결을 산업계 전체가 주목해야 할 이유는 분명합니다. 첨단바이오의약품 시대의 제조물책임이 어떻게 심사되는지를 보여준 첫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판결이 던진 질문을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면책은 왜 안 됐는가, 손해는 왜 반만 남았는가, 3배 배상의 문턱은 어디인가.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세포였다

인보사는 2017년 7월 식약처로부터 국내 최초 유전자치료제 허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2019년, 2액 주성분이 허가 당시 표시된 연골유래세포가 아니라 종양원성이 우려되는 신장유래세포('GP2-293')로 확인됩니다. 식약처는 4월 제조·판매 중지, 7월 품목허가 취소로 대응했습니다.

법원은 표시 성분과 실제 성분의 불일치를 제조상 결함으로 인정했습니다. 원고들은 2017년 12월~2019년 3월 사이에 투여받은 환자들로, 현재 15년 장기추적조사 대상입니다.

 

질문 1 — "몰랐다"는 항변, 왜 안 통했나

제조물책임법 제4조 제1항 제2호는 공급 당시 과학기술 수준으로 결함을 발견할 수 없었다면 면책된다고 규정합니다. 제조사는 이 조항에 기댔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쟁점은 '과학기술 수준'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 입니다. 저는 이 조항의 취지가 산업 전체의 평균 수준이 아니라 해당 제조사가 실제로 확보한 정보와 검사 결과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이번 사실관계는 그 구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2003~2005년 약 21회의 PCR 분석에서 관련 유전자 양성 반응이 반복해서 검출됐음에도, 제조사는 이를 위양성으로 처리하고 넘어갔습니다. 2017년에는 외부 검사기관에서도 세포가 서로 다른 것 같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이때도 충분히 다시 확인하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발견할 수 없었음'은 결함을 알려줄 정보가 아예 없었던 경우를 전제합니다. 이 사건은 정반대입니다. 신호는 반복적으로 존재했고, 제조사는 그것을 확인했으나 규명하지 않았습니다.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발견하고도 규명하지 않은 것'입니다. 법원의 배척 판단은 이 지점에서 타당해 보입니다.

다만 공정하게 짚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신약 개발에는 위양성 가능성이 실재하는 잠정 신호가 늘 존재합니다. 이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지면 모든 예비 신호에 사후적 결과론이 적용될 위험도 있습니다. '어느 수준부터 재검증 의무가 발생하는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은 앞으로 판례로 정립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21회 반복 검출을 형식적 사유로 종결한 이번 사안이 그 회색지대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허가는 시작점이지, 종착점이 아닙니다. 임상시험계획 승인이나 품목허가가 시판 후 안전성을 최종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내부에서 확인된 이상 신호를 스스로 규명할 책임은 허가 이후에도 제조사에 남는다는 것. 이 판결이 업계에 던진 가장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질문 2 — 왜 어떤 손해는 살고, 어떤 손해는 죽었나

승소했다고 원고 주장이 전부 인정된 건 아닙니다. 손해를 어떻게 구성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는 점이 향후 유사 소송 설계의 핵심 교훈입니다.

법원은 위자료(1인당 3,000만 원)와 진료비 등 재산상 손해의 인과관계는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원고들이 별도 구성한 두 항목인 1. 종양원성 세포가 체내에 잔존한 채 제거되지 않은 신체상 손해, 그리고 2. 인보사 주사비용 상당의 재산상 손해는 받아 들이지 않았습니다.전자는 증거 부족, 후자는 '제조물 자체의 손해'라는 이유였습니다.

위자료 인정은 타당합니다. 하지만 배척된 두 항목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1.에 대해 법원은 "제출된 증거만으로 손해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봤는데, 이는 원고들이 변론종결 전까지 신체감정을 신청하지 않은 절차적 사정에 크게 좌우된 결과로 읽힙니다. 종양원성 세포가 체내에 잔존한다는 사실 자체의 '건강상 잠재적 훼손'을 고려하면, 신체감정이 뒷받침됐다면 결론이 달라질 여지가 있었습니다.

2.는 논쟁의 여지가 더 큽니다. 대법원 97다26593 판결의 '제조물 자체 손해' 법리는 원래 물리적 손상이나 영업손실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그런데 의약품처럼 '투여'로 신체에 직접 작용하는 제조물에서, 그 대가로 지불한 비용을 단순히 '제조물 자체의 손해'로 환원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재고할 여지가 있습니다. 결함 있는 의약품에 지불한 비용은 정상 제품이었다면 애초에 지출하지 않았을 돈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하자 있는 물건을 산 값'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법리 변경은 아니지만, 의약품·의료제품 분야에서 이 법리가 그대로 통용되는 게 맞는지는 계속 논의될 필요가 있습니다.

 

당사자가 아니었던 병원이 새겨야 할 것

이 사건 피고는 제조사뿐이었습니다. 그러나 판결문에는 인보사 투여가 438개 병·의원, 3,707건에 이른다는 사실이 적혀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위험을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아본 사람으로서, 이 대목을 무겁게 봅니다. 이번에 당사자가 아니었다고 해서, 유사 사고에서 언제나 책임 밖에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위험성 정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면, 별도의 설명의무 위반이나 사용상 과실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기관과 의료인은 첫째, 제조사가 제공한 안전성 정보를 얼마나 확인·전달했는지, 문진표, 설명동의서, 부작용 모니터링 기록 등을 충실히 남겨야 합니다. 설명의무는 '무엇을 설명했는가'가 아니라 '설명했다는 기록이 있는가'로 판가름 납니다. 둘째, 장기 추적조사가 필요한 의약품·시술은 환자별 투여 이력과 사후 모니터링 기록을 장기 보존해, 훗날 대응이 적절했음을 스스로 소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질문 3 — '알면서도 방치', 3배 배상의 문턱

원고들은 제조물책임법 제3조 제2항(결함을 알면서도 방치해 중대 손해가 발생한 경우 3배 이내 배상)에 근거한 확대배상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제조사가 이상 신호를 받을 때마다 자체 PCR 검사, 외부 재의뢰 등 나름의 재검증 절차를 거쳤고, 성분 불일치 확인 직후 자발적으로 판매를 중단한 점을 들어 '알면서도 방치'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알 수 있었다'는 과실 책임과 '알면서도' 방치한 고의에 준하는 책임을 엄격히 구분한 것으로, 손해 전보를 원칙으로 하고 징벌배상은 예외로 두는 우리 법체계와 정합적입니다.

다만 아쉬움은 남습니다. 2017년 외부기관 검사 결과를 "자체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으니 잘못된 보고서"로 판단한 그 자체 검사가 얼마나 엄밀하게 설계·실시됐는지, 품목허가 유지나 판매 지속 같은 상업적 유인이 그 판단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판결문상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자체 검사의 신뢰성 검증 자체가 형식적이었다면, '알면서도 방치'에 근접하는 정황으로 재평가될 여지도 있었습니다. 징벌배상 규정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앞으로는 재검증 절차의 '실질성'을 더 엄격히 심사하는 방향으로 법리가 발전해야 합니다.

 

지금, 무엇을 기록해야 하는가

위의 세 질문을 관통하는 결론은 하나입니다. 제조사의 발목을 잡은 것도, 앞으로 다른 기업을 지켜줄 것도 결국 기록입니다.

 

품질관리 부서의 이상 검사 결과를 "위양성 추정"으로 종결하기 전, 재검증 절차와 판단 근거를 문서로 남기십시오. 계대배양·세포주 동일성 시험에서 이상 신호가 반복되면, 이사회나 리스크관리위원회에 보고하는 내부 통제 절차를 갖추십시오.

외부 기관의 이상 소견을 자체 검사로 반박할 때는, 그 검사의 설계·실시 과정과 판단 근거를 상세히 기록하십시오. 형식적 반박이라는 인상을 주면, 그 기록의 공백이 '알면서도 방치'의 근거로 되돌아옵니다.

결함이 의심되면 매출·허가 유지 같은 상업적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된 의사결정 라인—리스크관리위원회나 사외이사 참여—을 통해 재검증 여부를 결정하도록 설계하십시오. '독립적이고 실질적인 검증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가장 강력한 자료입니다.

 

마치며

허가증의 도장이 기업을 지켜주지 않습니다. 이상 신호를 마주했을 때 그것을 규명하고 기록으로 남긴 행동이 기업을 지킵니다. 21회의 양성 반응을 위양성으로 종결한 그 순간, 독립적이고 실질적인 재검증 절차와 문서가 존재했다면 이 사건의 결론은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진료실에서든 공장의 품질관리 라인에서든, 불확실한 신호 앞의 판단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 판단이 성실했는지는 사후에 남은 기록으로만 증명됩니다. 지금 기업과 병원에 필요한 것은 사후의 해명이 아니라 사전의 기록입니다.

 

※ 본 칼럼은 공개된 판결 및 본 사건을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법률 해설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위 판결은 1심으로 미확정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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