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어버트먼트 재사용에 6개월 자격정지? '4년의 침묵' 뒤에 온 행정처분 적절성을 묻는다
힐링어버트먼트 등 치과용 기기 재사용 사건을 통해, 의료법 제4조 제6항, 의료법 시행규칙 제3조의2, 보건복지부 공고 제2022-404호 '재사용이 금지되는 일회용 의료기기 목록'의 해석과 장기간 경과 후 행정처분 절차와 관련된 법률상 쟁점을 살펴봅니다.
힐링어버트먼트 재사용에 6개월 자격정지? '4년의 침묵' 뒤에 온 행정처분 적절성을 묻는다
작성 및 법률 검토: 김용범 변호사
소속: 법무법인 오킴스
최종 검토일: 2026년 7월 13일
최근 일부 치과의사들이 힐링어버트먼트, 생리식염수 주입용 플라스틱 주사기, 임플란트 엔진 냉각수 호스 등 의료기기를 소독 후 재사용했다는 이유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거나 사전통지를 받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해당 사건들을 대리하면서 필자가 가장 먼저 든 의문은 처분의 당부(當否)를 떠나, 이 처분들이 밟아온 '절차'와 그 바탕이 된 '법령'해석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4년 전 의료기기 재사용 행정조사 후 갑작스러운 행정처분 사전통지서
문제가 된 다섯 건의 사례를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관할 보건소는 2022년 하반기를 전후하여 실사를 진행했고, 보건복지부는 그로부터 3~4년이 지난 2026년 4월부터 5월 사이에 이르러서야 행정처분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 안내서를 일제히 발송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이 기간 동안 재실사나 중간 단계의 행정지도, 시정 지침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다섯 건 모두 재실사 없이, 실사 이후 어떠한 안내나 경고도 없이, 3~4년이 지난 시점에 곧바로 자격정지 6개월에 해당하는 행정처분 절차가 개시됐다. 통상적인 행정 실무라면 수범자들이 법령에 대하여 정확하게 숙지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설령 행정조사시 위반 가능성이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시정명령이나 행정지도 등을 통해 수범자에게 시정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상식적인 수순이다. 그런 과정 없이 수년이 지난 뒤 전격적으로 처분절차가 개시되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이 사안에 대한 행정청의 규제 필요성 인식이 그만큼 절박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의료법 제66조 제6항은 자격정지 처분의 제척기간을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5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들이 아직 5년을 넘기지는 않았지만, 형사처벌이 별도로 병과되지 않는 의료법 위반 사안에서 3~4년을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하다가 뒤늦게 처분에 나선 사례는 이례적이다.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왜 하필 지금인지에 대한 합리적 설명이 필요한 지점이다.
재사용이 금지되는 일회용 의료기기에 해당하는지 불명확하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애초에 이들 기기가 재사용 금지 대상에 해당하는지 자체가 법령상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의료법 제4조 제6항은 "의료인은 일회용 의료기기(한 번 사용할 목적으로 제작되거나 한 번의 의료행위에서 한 환자에게 사용하여야 하는 의료기기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의료기기를 말한다)를 한 번 사용한 후 다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3조의2는 재사용 금지 대상을 ① 사람의 신체에 의약품, 혈액, 지방 등을 투여·채취하기 위해 사용하는 주사침, 주사기, 수액용기와 연결줄 등을 포함하는 수액세트, ② 이에 준하는 의료기기로서 감염 또는 손상의 위험이 매우 높아 보건복지부장관이 재사용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의료기기, 두 가지 유형으로 한정해 열거하고 있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3조의2 제2호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의료기기"라는 문언 자체가 별도의 고시나 확인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보건복지부가 이에 근거해 마련한 것이 보건복지부 공고 제2022-404호다.
재사용이 금지되는 일회용 의료기기 목록(보건복지부 공고 제2022-404호)
[재사용이 금지되는 일회용 의료기기 목록] 의료법 시행규칙 제3조의2에 따라 감염 또는 손상의 위험이 매우 높아 재사용이 금지되는 의료기기는 다음과 같다. 무균조직에 삽입하는 카테터류(예: EPIDURAL CATHETER 등) 혈관 내로 삽입하는 카테터류(예: CENTRAL VEIN CATHETER 등) 혈액 및 체액 등이 배출되는 카테터 및 배액 용기(예: CHEST TUBE, HEMOVAC 등) 이식형 의료기기(예: SCREW, PLATE, 인공심박동기, 임플란트 등)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이 의심 또는 확진된 환자에게 사용한 의료기기(단, 관련 지침에 따라 고압멸균법, 화학적 처리방법을 이용하여 오염을 제거한 내열성 기구 제외) 기타 감염 집단발생의 역학적 요인으로 의심되는 의료기기
그런데 이 고시의 내용을 아무리 살펴봐도 힐링어버트먼트, 생리식염수 주입만을 목적으로 하는 플라스틱 주사기, 임플란트 엔진 냉각수 호스가 과연 재사용 금지 대상에 해당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현직 변호사가 법령을 검토하더라도 임플란트 픽스처 등 명백한 이식형 의료기기나 마취제를 투입하는 주사침처럼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면, 힐링어버트먼트, 생리식염수 주입만을 목적으로 하는 플라스틱 주사기, 임플란트 엔진 냉각수 호스 등의 치과용 기기들이 "감염 또는 손상의 위험이 매우 높아" 재사용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다수다.
치과 임상 현장에서는 감염 위험성이 높지 않고 소독이 가능한 기기에 한해 오토클레이브 소독 등을 거쳐 재사용하는 관행이 존재해 왔다. 이는 개별 원장의 일탈이 아니라, 법령의 해석 여지가 넓게 열려 있는 상태에서 형성된 임상 관행에 가깝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나 관계 기관의 유권해석이나 구체적인 행정지도가 그간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이 사안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판단 자체가 뒤늦게, 그것도 처분이라는 가장 강한 형태로만 표출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금지에 대한 정책 목표가 있다고 하더라도, 계도가 먼저다
설령 보건복지부가 이들 기기에 대해서도 재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더라도, 그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에는 절차와 순서가 있어야 한다. 행정조사 이후 계도기간을 두어 수범자인 치과의사들에게 정책 목표와 그 근거를 먼저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한 뒤, 그래도 개선되지 않는 경우에 비로소 단속과 처분에 나서는 것이 치과의사를 구강보건정책의 파트너로 존중하고 적법절차 원칙에도 부합하는 행정의 모습이다. 사전 고지도, 유권해석도, 계도도 없이 3~4년 만에 갑자기 무려 6개월의 자격정지라는 중대한 처분으로 직행하는 방식은 수범자의 예측가능성과 신뢰를 크게 해친다.
맺음말
행정처분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침익적 처분인 만큼, 그 실체적 근거뿐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 역시 엄격하게 검증되어야 한다. 이번 힐링어버트먼트 관련 사건은 재사용 금지 대상 여부에 관한 법령·고시 해석의 불명확성과, 행정조사 이후 아무런 계도 없이 3~4년 만에 이루어진 이례적인 처분 시점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번 사안을 계기로 치과 영역의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규제 전반에 대해 보다 명확하고 예측가능한 기준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참고: 의료법 제4조 / 의료법 시행규칙 제3조의2 / 의료법 제66조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와 필자의 의견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